본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와 안도현 시인,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3각관계


문재인 대통령이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근절을 위해 싸웠고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지원 의혹을 밝혔으며 우병우 증인이 사라졌을 때 우병우 전 수석이 장모집에 기거 중이라고 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종환 시인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고 있다.



도종환 시인은 2012년 제19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해왔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를 오랜만에 읽어보자.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는 어떻게 읽으면 넝쿨 담쟁이를 의인화하여 그린 예쁜 시이고 

어떻게 읽으면 박근혜 정권의 벽을 무너뜨리고 이명박 산성을 향해 달려가는 투쟁의 시로 느껴진다.




이런 것이 시인데 과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중학교 국어 책에 들어 있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빼라고 권고했다.

도종환 시인은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었고 대통령 선거에 나가면서 도종환 의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또한 문재인 고문의 대선 출마를 외곽에서 지지하는 싱크탱크 모임의 이름도 담쟁이 포럼이었다.




김춘수 시인도 민정당 의원이었는데 김춘수의 꽃은 교과서에 계속 실려있는데 문재인 캠프의 도종환 의원의 시만 빼는 것은 졸렬한 폭거라고 당시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식에 안도현 시인이 발끈했다.


안도현 시인은 트위터에 '이주호 장관께'라는 제목으로 "나는 문재인 대선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정치행위를 했으므로 현재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거나 앞으로 실릴 예정인 작품 모두를 추방해달라"고 항거했다.


여기서 또 안도현 시인의 주옥같은 시 '연탄 한 장'을 지나칠 수는 없다.

우선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읽고 '연탄 한 장'을 읽으면 훨씬 감동이 클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긴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봄날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도종환 시인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 온 안도현 시인




안도현 시인은 과거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절필 선언을 했고 실제로 4년 여 시간동안 시를 단 한 편도 발표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그 가치를 눈속임하는 일들이 매일 터져 나오고 있다. (...) 현실을 타개해 나갈 능력이 없는 시, 나 하나도 감동하지 못하는 시를 오래 붙들고 앉아 있는 것이 괴롭다. 불의가 횡행하는 참담한 시절에는 쓰지 않는 행위도 현실에 참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도현 산문집 『그런 일』 중에서


글을 쓰지 않는 것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싸웠던 안도현 시인, 

그리고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찼던 박근혜 전 대통령 벽이 담쟁이 잎들에 의해 무너졌다.

안도현 시인은 다시 시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며 "자랑스러운 국민이 박근혜를 이겼다. 박근혜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 나는 시를 쓰고 또 쓸 것이다"



기쁜 소식에 도종환 시인이 안도현 시인에게 보내는 트위터 글이 있는데 이것은 또 하나의 시다.



부디 불꽃 같은 시를 쓰기 바랍니다. 

눈물이 날 정도의 불꽃 같은 시를 쓰기 바랍니다. 

자신이 감동하고 세상에 감동을 주는 시를 쓰기 바랍니다. 

이 불의하고 부정하고 부패한 현실을 타개해 나갈 시, 길 없는 곳에 길을 일러주는 시를 쓰기 바랍니다. 

아니 “어제는 사람 때문에 울고 오늘은 사람도 아닌 것들 때문에 책상을 치는” 시를 쓰기 바랍니다. 

“마곡사 가는 길 단풍이 하룻밤만 같이 살자고 붙잡으면 뿌리치고 오느라 서러워” 하는 시, 

아니 하룻밤 같이 살다 오는 시를 쓰기 바랍니다. 

“나뭇잎을 가만히 내려놓는 나무의 오래된 습관의 힘”에 대한 시, 

가장 자유로운 시, 가장 분방한 시, 가장 뜨거운 시를 쓰기 바랍니다.

나도 심장을 두근거리며 그 시를 읽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인들이 세상을 시로 고치는 데 한계를 느껴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만났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했으나 문재인은 박근혜에 패배하였고 한 사람은 정치로, 또 한 사람은 절필로 끊임없이 운동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오늘 도종환 시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 받는다.

블랙리스트와 문화 탄압, 스포츠 비리를 근절하는데 이보다 적합한 인사가 어디 있겠나?



도종환 시인이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쓴 시, 운명을 끝으로 소개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또 청문회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게 될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암담하다.

옛날 유행어에 이런 게 있었다.

"자유당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요즘 그 유행어가 새록 새록 생각난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야"라는 유행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를 제치고 유행어 차트 올킬을 기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라는 유행어가 신규 진입하기를 기다리며!




운명

                     도종환 시인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 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으로 혐오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이아 꽃이 하얗게 지는 5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 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드리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탈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 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신고

댓글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