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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EOS 800D 압구정동 솔직 리뷰 - 독일어를 공부하던 소녀

캐논 EOS 800D 테스트를 위해 압구정동 밤 마실.

역시 렌즈가 너무 어둡다.



Canon EOS 800D | 1/125sec | F/5.0 | 35.0mm | ISO-1600



처음 압구정동에서 소개팅하던 날.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은 날라리 대학 후배는 

비싼 음식을 헐레벌떡 먹어 치우고 나와 날라리 여성을 두고 떠났다.


그때만해도 압구정동은 가장 핫한 곳이었고 럭셔리한 곳이었다.



Canon EOS 800D | 1/60sec | F/4.5 | 18.0mm | ISO-800



지금은 청담동으로 신사동 가로수거리로 도산공원으로 많이 나눠지고 압구정동이 썰렁하다.

하지만 대학생의 눈으로 본 강남구 압구정동은 참으로 신기했다.



Canon EOS 800D | 1/100sec | F/5.0 | 29.0mm | ISO-2500



그때가 압구정동의 전성기가 아니라 막 핫해지던 시기여서 까페도 별로 없고 조용했지만 음식 가격은 참 비쌌다.

학교 앞에서 먹던 500CC 호프에 비하면 4배 정도 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였나?

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Canon EOS 800D | 1/100sec | F/5.0 | 28.0mm | ISO-1250



술을 마시는 이유가 제각각이겠지만 나의 경우는 용기를 내고자 할 때 술을 마셨는데

타고난 수줍음과 용기 없음으로 인해 거의 매일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술이 말을 하는지, 내가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의 헛소리를 지껄이며 청춘을 보냈다.


Canon EOS 800D | 1/60sec | F/4.5 | 18.0mm | ISO-800



소개팅은 대 성공이었다.

왜냐하면 만나자 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 예쁜 날라리도 제법 술을 잘 마셨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의 외모는 10명 정도가 모이면 9위에서 10위 정도의 외모다.

그런데도 여자를 만나면 100전 100승이었다.


한 번도 애프터 신청을 안 받아본 적이 없었고 한 번도 애프터를 해 본 적도 없었다.


쉽게 얘기해서 나는 눈이 높다 ㄷ ㄷ ㄷ ㄷ 



Canon EOS 800D | 1/160sec | F/5.6 | 48.0mm | ISO-800



살도 찌고 못생긴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말이다.

남들처럼 달변이나 위트가 아니라 나는 쓸데 없는 말을 참 잘했고 이상한 말을 잘했다.



Canon EOS 800D | 1/60sec | F/4.5 | 18.0mm | ISO-500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하며 몸서리를 친다.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대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가면 어떨까를 생각해본다.


참고로 현재 나의 외모는 동년배 남자 10명이 모이면 무조건 1위, 연예인 친구 끼면 2위 정도 한다.

말빨은 대학시절의 천배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러니 그 옛날 대학시절로 돌아가면 젊음과 노련미, 외모까지 받쳐주니 거의 박보검겁 정도 되겠지?



Canon EOS 800D | 1/60sec | F/4.5 | 18.0mm | ISO-400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그때는 그때의 매력이 있는 것.

못생겼든, 뚱뚱하든, 말주변이 없든...

그때는 그때의 매력이 있는 것.


그것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흘러나오는 것.

그것은 노련함이나 완벽함을 이길 수 있는

떨림, 설렘, 긴장, 실수, 볼 빨개짐, 풋풋함일 것이다.



Canon EOS 800D | 1/60sec | F/4.5 | 18.0mm | ISO-2000





독일어를 공부하던 후배와 영화 구경을 갔다.

지금은 영화 구경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극장 구경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영화를 안 보여주고 극장만 구경시켜주곤 했다.



Canon EOS 800D | 1/100sec | F/5.0 | 29.0mm | ISO-4000


독일어를 공부하던 후배는 얼굴이 어땠을까?

지금은 사진 한 장 없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긴 생머리에 얼굴이 통통했고 겨울이라 코트를 입었는데 길다란 사탕같이 생긴 나무로 된 단추가 밧줄 같은 고리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캠퍼스 패션, 사랑이 꽃피는 나무 같은 옷을 입었다.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우리는 사랑과 영혼을 보았다.

마치 영화처럼 밖에 나왔는데 눈이 오고 있었다.



Canon EOS 800D | 1/125sec | F/5.0 | 35.0mm | ISO-2500



지금 같으면 손이라도 잡고 

술 마시고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을 할텐데

대학교 2학년인 나는 눈 내리는 반포를 걸어다니다 비엔나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

헤어지는데 그 아이가 나에게 시집을 선물해줬다.


시집은 누런 표지에 사람 얼굴 그림 그려져 있는 정말 유명한 세트인데

아!!! 찾았다.



눈이 참 펑펑 쏟아졌다.


Canon EOS 800D | 1/60sec | F/4.5 | 18.0mm | ISO-1250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날라리와 맥주를 마시던 소개팅 자리는 무슨 오디션 보러 나온 7년차 아이돌 연습생의 마지막 발악 처럼 떨리지 않는 척 열심히 웃기고 빵빵 터트렸었다.

후세는 그날을 대성공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고 느낌도 없는 날이었고

독일어를 공부하는 후배와 만났던 눈이 많이 왔던 날은

숨도 턱턱 막히게 썰렁하고 프로답지 못한 농담으로 얼굴도 흑색으로 변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 시집만 받고 돌아왔지만

지금까지도 내 인생의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능력치를 가지고 타임머신을 탄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거다.

그때는 그때의 내 모습이, 지금은 지금의 내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거다.


지금까지 캐논 EOS 800D 솔직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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